비워가며 닦는 마음

모름지기 살아 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 아닐까요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고만 하는 과욕과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같습니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고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운 화평이 찾아 올까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달래 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 거림 같은 맑음이 내 영혼에 선명하게 그리워~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 내는
언어는 죽은 애미의 젖꼭지를 빠는 철부지 울음을 닮았나~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나네요
육체와 영혼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요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나입니다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하나의 외침 그것도 역시 나입니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입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아픔들인데도
내 욕심에 내 발등만 쳐다 보고 나만 아프다고
아우성 치던 시간들이 부끄러워집니다

작고 소소한 일들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고 즐겁게
했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어디 더 크고 커다란 행복이
없나 두리번거리며 흘려 보낸 시간들이 허망합니다

납기일 지난 고지서가 빚인 것처럼 마음의
빚을 지고 서도 고맙다거나 감사하다는
인사조차 미루고 있는 시간들에 반성합니다

피곤하고 고단한 사람에게 내 고민을 더 언저 주어
내 짐이 가벼워졌음에 모른 척했던 시간이 아픔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과 공기와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가졌음에도 시간이 없다고 허둥대고 숨이 막혀서
못살겠다 덥다고 춥다고 발 동동 구르던 어리석음을~

한 해를 보내며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많은 시간들입니다

작은 것에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며 살겠습니다
세상을 넓고 밝게 맑은 눈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겠습니다

두루 두루 주위도 돌아 보며 어우러짐도 실천 하겠습니다
세상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워지길 소망하고 또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