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닮은 사람과 함께 차(茶) 한잔
얼어붙은 대지는 빗장을 열고
따뜻한 햇볕에 봄을 적시는 나무들이
마른 가지 끝으로 쉼 없이 물을 실어 나른다.
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오랜
기다림 때문에 비로소 안으로 더
깊어져 있는 마음을 볼 수가 있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연도 있고
서로 상처가 되는 인연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인연의 사람이 되고 있나요.
내 곁에는 얼어 있는 마음을 안아 주는
봄을 닮은 사람이 얼마나 있습니까.
눈이 올 때나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담긴 따뜻한 차 한잔으로
뭉클한 가슴을 적시는가 하면
아플 때 먼 거리를 달려와
약 한 봉지 사다 주고 가는
따뜻한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지난밤에는 창가에 나와 앉은
수선화를 바라보며 잠을 설쳤다.
내게 봄이 되어 주는 사람에게
달빛처럼 청초한 수선화를 보여
주고 싶어 이른 아침 산책길에
약수물 한 통을 떠 왔습니다.
화로에 찻물을 끓이며 그립고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합니다.
곱게 옷깃을 여미고 앉아
찻잔마다 한 잎 한 잎
마음을 담아내어 뜨락에
내리는 눈부신 봄빛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