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이제 오시게나

인간사 풍파 다 겪고 살아 오면서
살만큼 산 친구여 인생의 껍질을
벗고 언제 자연으로 나오려는가
어서 나방이 되어 날개를 펴시게나

인생의 거친 바다 헤엄쳐서
자신의 섬에 다다랐으니 이제
진정한 외로움을 맞았음이라
진정한 친구는 외로움이요
외로움이 고뇌로 자유를 찾을지니

남으로 부터 주어진 외로움에서
자신으로 부터 외로움이 생겨날 때
그대 진정 그대의 섬을 찾았음이니
섬은 고독이요 자유요 자연이라
이제 오시게나 바람 곁으로

보이는가? 그대여!
지평선에 수평선이 이어진 것을
태양이 그대의 머리 위에서 솟고
별들이 그대 발밑 바다에서 춤 추며
파도로 출렁이며 바람을 모는 것을

무던한 세월도 바람이었고
화산 같던 열정의 젊음들도
화사한 노을의 축제에 묻혔나니
그대여! 오늘밤은 달빛을 밟게나
정적의 평화가 솟는 대지의 희열을

내 것 인 것이 있던가?
머 무 른 것이 있던가?
변치 않던 것이 있던가?
영원한 것 인들 있던가?
친구여 그대도 그대가 아닐지니

흙에서 왔다 흙에 돌아갈
대 자연의 품으로 어서 오게시나
밤이면 별들의 속삭임 소리 들리고
낮이면 햇살이 숲에서 일렁이는 곳에
나 그대 부르며 기다리려니 오게시나


인생에서 한 슬픔이 다른 슬픔 만나
내 삶에 이미 찾아 들어 있는 어떤
기별 채워진 술잔에 내 마음을 마시는
동안 하얀 국수 가락에 내 마음 둘 둘
말아 가슴에 넣는 것을 사랑스럽게
서로 바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 만나고 싶은 ~

벌겋게 피어 오르는 불 담긴
화롯처럼 가장 외로운 상처를 지닌
누군가를 만나 가슴이 뜨거운 사랑을
하면서 지난 상처를 잊고 싶은 ~

바라 보면 볼수록 모두가
마음 깊이 들어와 녹슬은
말초 신경에 싱그런 풋내가 들고
손끝에 기어 오르는 무게 만큼
실핏줄에 피들이 뛰게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