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건 이 순간이야

한 노인이 산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이 노인의 하얀 머리카락 위로 타듯이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그때마다 노인은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을 하얀 모시 소매로 쓱 훔치고는 계속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구수한 노랫가락을 옮죠 릴 때마다 참나무로 만든 반들반들한 지팡이를 박자 삼아 두들겼습니다.

목을 쭉 뺀 나리꽃들이 노인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참 이상하다. 저 노인은 이제 인생 다 산 거 같은데 뭐가 저렇게 즐거운 것일까 ?'

노인의 노랫소리는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메아리를 타고 옮겨 다니며 지루한 여름 한나절을 식혀 주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 노인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길을 재촉하려던 차에.
'할아버지, 여기에요.' '으응, 예쁜 나리꽃이로구나. 그래 왜 날 불렀니 ?'

나리꽃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노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시들어 버려야 한다는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째서 할아버지는 마냥 행복해 보이냐는 것이었다.

노인은 지팡이로 쿡 찌르며 금방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을 잠시 올려 보더니 말했다.
'아마 나도 얼마 있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나의 현재를 망칠 순 없지 않겠니? "예쁜 나리꽃아"
말을 마친 노인은 조금 전처럼 다시 지팡이로 박자를 맞추며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유유히 길모퉁이를 걸어 갔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처럼 언제나 따뜻한 마음 한 줄기가 고요하게 가슴으로 흐르는 것이 친구가 아닐까요.

매일 만나도 매일 만나지 않아도 늘 가까이 있는 듯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늘 가슴 한 쪽에 말없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친구가 진실한 마음의 진정한 친구이지요.

언제나 그 자리에 늘 그 모습 그대로 오염되지 않는 맑디맑은 샘물처럼 우정의 마음도 솔솔 솟아나는 그런 친구가 맑은 영혼의 친구입니다.

친구 간에는 어떤 언어가 필요 없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어떤 심정이든 굳이 말을 안 해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친구. 가슴에 담아져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진정한 마음의 친구입니다.

마음을 담아 걱정해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바라보는 진실한 눈빛이 아픈 마음을 적시게 하는 그런 친구가 영원히 변치 않는 우정의 친구입니다.

친구지간에는 아무런 대가도 계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의지하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동반자 같은 진정한 친구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같이 아파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희.노.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지란지교 같은 그런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생각합니다,